제 목 : 폭풍으로 망친‘프랑스 밀레니엄’
일 자 : 2000년 01월
자료원 : 경향신문
제공처 : 경향신문사
`역시 자연의 재앙이 무섭다' 컴퓨터 연도 인식 오류, 즉 Y2K 문제를 무사히
넘긴 뒤 프랑스와 베네수엘라 등 최근 자연 재해를 입은 국가들에서 터져나온
자탄의 목소리다.
지난달 26일 이후 유럽을 강타한 폭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프랑스는 암흑
천지 속에서 새 천년을 맞았다.
2차례의 강력한 폭풍으로 최소한 88명이 사망하고 약 5백만 가구가 아직도 전기
없이 지내고 있는 프랑스는 새 천년을 축하할 기분이 아니다.
이집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급거 귀국, 피해 복구를 지휘
하면서 각국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.
프랑스 당국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새 밀레니엄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전력을
재해지역으로 빼돌리는 등 전력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.
국영 프랑스전력회사(EDF)는 2일 사상 최악의 폭풍으로 인해 국내 전송망의
4분의 1 가량이 파괴됐다면서 1백20억프랑(약 2조1천370억원) 정도의 복구 비용이
들 것이라고 말했다.
밀레니엄 축하 행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. 에펠탑에서의 불꽃 놀이는 예정
대로 화려하게 진행됐으나 3년 전부터 준비해온 에펠탑의 밀레니엄 카운트다운
시계는 밀레니엄을 5시간15분 남긴 채 멈춰섰으며 새 천년이 밝아와도 작동되지
않았다.
샹젤리제 거리에 설치된 거대한 수레바퀴인 밀레니엄 휠도 끝내 불을 밝히지
못했다.
또 센강의 유람선 위에서 우아한 저녁과 함께 새 천년을 맞으려던 시민들은
선착장에 묶여 있는 유람선을 먼 발치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.
폭풍우로 센강의 수위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면서 선착장이 물에 잠겼기
때문이다.
밀레니엄 휠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한 부부는 헛탕을 친 뒤“자연의 힘이
밀레니엄 버그(Y2K)보다 더 강했다”며 “지난 주는 악몽같았다”고 말했다.
유엔환경계획(UNEP)의 클라우스 토퍼 의장은 “우리는 기후변화의 한 가운데 서
있다”며 “이번에 보여준 사태는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의 수준을 예견해 준다”고
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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